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전략적 갈등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글로벌 질서 재편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와 AI 관련 기술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인텔 등의 기업에도 중국과의 거래를 축소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자체적인 기술 자립을 선언하며,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체 생산한 AI 칩을 활용한 슈퍼컴퓨터 개발을 공식화하며 미국에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경쟁은 글로벌 공급망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한국, 대만, 일본 같은 기술 강국들은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의 협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 배터리 기술, 디지털 플랫폼 등 여러 분야에서 복잡한 셈법이 작동 중이다.

더 나아가 AI 기술 경쟁은 군사력, 사이버 안보, 사회 감시 체제 등 국가 전반의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은 AI 윤리와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형 AI 활용 전략으로 데이터 기반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두 나라의 이념과 가치관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이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세계 질서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국제사회는 기술과 외교, 안보를 아우르는 다층적 전략을 필요로 하며, 한국도 이에 걸맞은 외교적 방향성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